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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9-TIL: 간만에 서울나들이

오늘은 판교의 모회사에서 면접이 예정되어서 일찍부터 준비되는 대로 집을 나섰다. 수서역으로 가는 SRT 기차를 기다리는데 어떤 할머니 한 분이 나에게 말을 거셨다. 나는 처음에는 약간의 경계 섞인 태도로 대답했다. 하지만 정말 그냥 단순히 수서행 기차를 타야 하는데 기차를 놓쳐서 급하게 기차표를 끊으셨고, 단지 기차를 제시간에 타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속으로 약간의 미안함에 더 친절하게 상세히 알려드렸다. 딸의 전화에 “기차를 어디서 타야 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바람에 놓쳐서 급하게 끊어서 가려고….” 하면서 대답하는 모습을 보니 약간 짠하기도 했다. 어머님께서는 고맙다며 손가방에 들어있는 과자와 배도라지 즙을 주섬주섬 다 주셨다. 딸이나 손주라고 주시려고 챙겨두신 걸까? 감사히 잘 받겠다고 말씀드렸다. 나는 바로 다음 기차라서 먼저 인사를 드렸다. 그분이 무사히 잘 도착하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나도 기차를 타고 수서역까지 가는데, 육아와 누적된 피로로 인해서인지 꾸벅꾸벅 졸면서 도착했다. 종종 스스로 코를 고는 소리에 깨었는데, 내 소리에 다른 승객들이 놀랄까 봐 깊이 잠들지는 못했다. 도착해서 정자역까지 수인분당선을 타고 바로 쭈욱 갔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지만, 입맛은 없었다. 그냥 스타벅스에 가서 코딩테스트 연습을 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점이라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지는 않았고 하나둘씩 회사로 돌아가는 분위기였다. 나도 회사에서 동료들과 점심시간에 시시콜콜한 잡담을 하던 때가 약간 그립기도 했다. 어느새 시간이 확 다가와서 면접 장소로 이동했다. 걸어가는데 어찌나 춥던지…. 서울 날씨는 확실히 다르다. 내가 너무 얇게 입고 왔나 보다. 집 근처에서는 추위를 거의 안 타는데 왜 오늘따라 이렇게 추운 건지 모르겠다.

도착해서 로비 근처에서 좀 더 기다리다가 리셉션 데스크에서 안내받고 방문증을 받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이 건물 안으로 들어와 보는 건 처음이다. 정말 깔끔하고 개인적으로는 천장이 높아서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천장이 높은 공간에서는 대화가 많아도 울려 퍼지는 느낌이 있어서 좋다. 면접장에 도착해서 담당자분의 안내를 받고 대기했다. 대기하는 동안은 특별히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얼마 안 가서 시간이 되었고, 면접실 안으로 들어갔다. 두 분의 면접관이 계셨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면접이 진행되었다. 생각보다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나의 개발자로서의 철학이나 가치관 같은 부분을 많이 물어보셔서 의외였다. 일단 최선을 다했고 아쉽거나 한 점은 없었다. 내가 본 면접 중에서 가장 편안하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비록 내가 준비한 코딩테스트나 기술적인 답변을 별로 할 기회는 없었지만, 대화가 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이분들과 같이 일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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